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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인간과 사회가 끊임없이 대립하는 사회 안에서 공포가 발현된다고 믿는 공포 스릴러계 거장이다.​ 하이틴 스타에서 시작해 어느새 굵직한 경력의 중견 배우가 된 아오이 유우와 일본에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고 있는 타카하시 잇세이가 전쟁 한복판에 선 부부로 호흡을 맞추었다. 시나리오는 차세대 일본 거장으로 불리는 <아사코>의 하마구치 류스케의 손에서 탄생했다. 전작 <해피 아워>에서 보여준 긴 대사의 향연을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저예산으로 만들어 야외 같은 세트장과 실내 장면이 유독 많은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작은 균열로 시작된 일상의 변화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흘러가버리는 서스펜스가 돋보이면서도 고전영화의 기품과 아련한 멜로까지 선보였다. 히치콕 감독의 영화들과 겹쳐 보인다. ​ 이는 고어(古語)를 사용하고 연극적인 톤과 세트장의 단조로움, 완벽히 계산된 틀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관계가 오히려 불안한 기운을 전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는 이야기다. 다소 과장되고 수동적인 사토코 통해 당시의 분위기를 간접적이고 흐릿하게 보여준다. 직접적으로 다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오히려 부각됨으로써 관객 스스로 상상하게 만드는 연출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화는 인간과 자유, 행복에 관한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이 담겼다. 행복 추구의 어긋남이 사토코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영화다. 철저히 철부지 아내의 입장에서 보고 듣고 상상한 상황을 계산한 것이다.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차분히 일상을 유지하고, 서양 복식을 고수하며, 취미로 영화를 찍고, 행복을 영위하는 부부의 모습은 극단으로 치닫는 전쟁의 광기에 반대하는 그들만의 표시다. ​ 과연 아내의 기분은 어떨까. 사업차 중국을 자주 드나드는 남편이 어느 날 외간 여자와 만주에서 돌아왔다. 불륜이 아닐까 이상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떠날 길 없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몰래 회사 금고를 열어 남편이 스파이임을 확인한다. ​ 안도감도 잠시, 차라리 다른 여자가 생긴 게 나았을 법한 위험한 상황에 처한 남편을 사랑한 아내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전 재산을 정리하고 미국 망명길에 오르자는 남편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여객선 짐칸 안에 몸을 숨긴다. 떨어지는 게 싫지만 헌병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남편의 제안이었다. 따로 떠나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아내는 발각되고, 남편과의 재회는 성사되지 않는다. <스파이의 아내>는 사랑을 좇았던 아내가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을 당하며 목숨을 부지하게 된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은 믿음을 잃어버림으로써 얻은 생존 덕에 그 사랑이 더욱 고귀한 가치로 환산된다. 부조리한 상황에서 더 커지는 사랑의 동심원이 무거운 주제를 상쇄하며 잊을 수 없는 여운을 이끌어 낸다. #스파이의아내 #スパイの妻 #WifeofaSpy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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