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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House of Hummingbird, 2018) - 세상은 신기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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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하면 뭐가 떠오를까. 미국 월드컵, 무지 더웠던 여름, 남쪽 가뭄, 김일성 사망, 그리고 성수대교 붕괴. 그렇게 따지면 다사다난한 해이지만 2019년에 1994년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그렇게 무심히 세월을 흘려보낸다. 김보라 감독의 장편데뷔작 <벌새>는 국제영화제 25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개봉관에서 조용히 관객을 운집시키고 있다. 1981년생인 김보라 감독의 1994년은 극중 은희(박지후)의 나이인 중2에 해당하고 감독의 어린시절 겪었던 삶의 편린을 글로 적고 카메라에 담았다. 강남 대치동에서 떡방앗간을 하는 은희네 가족은 작은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서민인데 알고보면 가족들은 서로 관심을 가질 겨를없이 바쁘게 살아간다. 오직 아들의 공부에만 신경쓰는 부모는 정작 그 아들이 막내 은희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도 알지 못한다. 큰 언니는 이미 공부해서 진학하는 루트를 한참 벗어났고 뭘 하는지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은희는 어설픈 날라리의 모습이다. 은희는 자기를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친이 싫지는 않지만 그의 변덕스런 모습에 마음을 다치고 베프에게 배신당해 어쩔 줄 몰라하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세상은 은희를 늘 외롭게만 놔두지는 않는다. 한문학원에서 만난 서울대 휴학생 영지(김새벽)선생님은 은희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창가에서 담배를 피는 선생님의 쓸쓸한 얼굴너머엔 우리를 누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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